[화제의 판결] 검찰은 "중국인", 법원은 "탈북자" 엇갈린 판단 왜?

입력 2018-10-11 16:59   수정 2018-10-11 17:06

검찰, 중국인이 탈북자 지원금을 받았다며 2016년 A씨 기소
A씨는 중국 출생이지만 15세에 북한으로 넘어가 현지 국적 취득
40세에 탈북해 한국 왔지만 이 과정에서 수차례 국적 바뀌어
“北에 남은 가족들 데려오겠다”며 다시 중국 갔다가 한국여권 빼앗겨
법원, “국정원 등이 자국민 보호 책임 저버렸다” 이례적 질타

검찰은 A씨를 중국인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에게만 적용되는 혜택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며 그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 시작 2년여만인 지난 4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외교부 등 국가기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자국민 보호 책임을 게을리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과 달리 법원은 왜 A씨를 탈북자로 인정했을까. 북한에서는 국적 포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씨는 1960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북한 국적의 아버지와 중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열다섯살까지 살았다. 그때까지 중국 국적을 갖고 있던 그는 이후 북한으로 넘어가서 북한 국적을 얻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중국 국적은 바로 소멸했다. 마흔살이 넘어서야 아들 등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중국으로 탈북했다. 2001년 일이었다. 그는 5년간 숨어 살다가 2006년 탈북 브로커를 만나 중국 여권과 대한민국 비자 발급을 부탁했다.

중국 여권은 의외로 손쉽게 풀렸다. 랴오닝성 정부에 호구부(호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A씨는 이듬해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2008년 탈북자라고 자진신고한 뒤 하나원 교육을 거쳐 한국 국민이 됐다. 탈북자로서 정착금 120만원, 직업훈련장려금 160만원, 자격취득장려금 200만원 등 모두 48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대목에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중국인이 탈북자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고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돈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법(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타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아마 A씨가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기소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으로 떠났다. 북한에 남겨 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서다. 2010년 10월 11일 중국 다렌으로 떠났다가 사달이 났다.

현지 공항에서는 탈북자 신분이 드러나 강제 북송될 것을 우려해 거짓말을 했다. “중국에 호적을 둔 중국 국적자인데 한국에서 체류기간이 경과돼 1000만원을 주고 한국 여권을 사서 중국으로 왔다”고 했다. 중국 경찰은 A씨를 잡아뒀다가 중국 내 호적을 확인한 뒤 한국 여권을 압류하고 풀어줬다.

A씨는 석방 바로 다음날 선양에 있는 한국영사관을 찾아가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영사관은 중국 측에 한국 국민이니 여권을 돌려달라고 했고, 중국 당국은 중국 국적자가 아니라는 증명 자료를 제시해 줄것을 요구했다. 영사관은 국내에 있는 관련 기관에 자료 송부를 요청했다.

국정원은 비협조적이었다. 오히려 탈북브로커를 통해 중국 여권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중국 국적자가 탈북자인 척하고 국내에 입국했다고 본 것이다. 2011년 국정원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통일부도 영사관이 원하는 자료 제출 대신 A씨의 보호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재판을 위해 한국 북한 중국의 국적법을 모두 조사한 뒤 무죄 판결을 내렸다. ‘중국→북한→중국→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국적 변경의 고리에서 두번째(탈북브로커에 부탁한 2006년)로 얻은 중국 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북한 국적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 비로소 중국 국적을 준다. 하지만 북한은 국적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A씨가 북한 국적을 포기하려면 북한 국적법에 따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제적 청원을 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탈북자인 A씨가 당시 국적 포기 절차를 이행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여권이 정상적으로 발급된 것은 탈북브로커의 역량이 남달랐던데다 중국 및 북한 당국 간 협조도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를 정상적인 탈북자로 인정하고 각종 지원금 수령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을 맡은 이성은 판사는 오히려 국정원 등을 매섭게 질타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는 하나원 교육을 받는 동안 한국 정부에 제출했을 것이 너무나 명백한 북한 공민증 등 자료를 중국 측에 제공할 충분한 능력과 책임이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하고 피고인을 중국 국적자로 단정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정부기관의 잘못 때문에) 피고인은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가족들과 헤어져 살아야 했으며 수사기관에 체포돼 수사를 받았다”고 했다.

한편 가족의 탈북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던 A씨는 2012년 11월 뜻을 이뤘다. A씨는 먼저 식구들을 한국에 보내놓고 3년 정도 중국에 더 머물다 2015년 입국해 수사를 받았다.

A씨의 재판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지원위원회 등이 함께 도왔다. 태평양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북한과 중국 이중 국적 문제에 있어서 탈북자 인정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A씨가 탈북자로 인정받은 자녀들과 한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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